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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

2026.08 ~

만들고 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맡기면 AI 직원들이 회의부터 전달까지 진행하고, 그 결과를 AI의 보고가 아닌 검사 기록으로 판정하는 제품입니다.

집현은 제가 AI로 여러 제품을 만들면서 겪은 불편을 하나씩 모아 만든 데스크톱 앱입니다. 대표가 일을 맡기면 총괄비서와 AI 직원들이 회의해서 계획을 세우고, 화면 시안을 만들어 구현과 검증까지 마친 뒤 결과물을 전달합니다. 이 제품을 설계하면서 "AI가 일을 했는가"보다 "그 결과를 믿어도 되는가"를 먼저 물었습니다.

집현 방향 고르기 화면과 마스코트 집현이
화면 방향은 사람이 고르고, 나머지는 AI 직원들이 진행합니다.
이름

왜 집현인가

집현은 세종 때 집현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집현전은 이름 그대로 어진 사람들을 모아 둔 곳이었습니다. 학자들이 자료를 모으고 연구해 올리면, 결정은 왕이 내렸습니다.

집현도 같은 방식으로 일합니다. AI 직원들이 조사하고 만들고 서로 검증해서 결과를 올리면, 무엇을 만들지,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과를 받아들일지는 사람이 정합니다.

처음 이름은 AI-COMPANY였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이니 한국 역사와 문화에서 이름을 찾고 싶었고, 후보 가운데 "조사해서 올리면 대표가 결정한다"는 흐름과 가장 잘 맞는 집현을 골랐습니다. 로고에는 건물 그림 대신 "ㅈㅎ" 두 글자를 도장처럼 새겼습니다. 이 제품에서 사람이 하는 일이 결국 결재이고, 결재에는 도장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출발점

AI와 일하며 쌓인 불편에서 시작했습니다

AI 에이전트로 여러 제품을 만들어 보니 모델은 충분히 똑똑한데도 일을 오래 맡길수록 같은 문제가 되풀이됐습니다. 제가 겪은 불편과 집현이 그 불편을 다루는 방식을 나란히 적었습니다.

제가 겪은 불편집현이 하는 일
일이 끝나도 확인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제가 자는 동안에는 아예 멈춘다뒤에서 도는 실행 커널이 업무 상태를 쥐고 있어 앱을 다시 켜도 하던 일을 이어 갑니다
맥락을 잃는다업무 상태의 원본을 대화 기록이 아닌 데이터베이스에 두고, 업무마다 필요한 맥락만 골라 넘깁니다
엉뚱한 일에 빠져 요구사항과 다른 것을 만든다만들기 전에 완료 기준을 확정하고, 요구사항마다 충족 여부를 따로 기록합니다
하지 말라고 한 일을 한다여러 권한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실행하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은 늘 결재를 거칩니다
"다 했습니다"라고 했는데 열어 보면 빠진 것이 많다AI의 보고 대신 검사 결과와 독립 검증으로 판정합니다
의미 없는 검증을 몇 시간씩 돌리고, 검증을 또 검증한다같은 실패가 두 번 나오면 멈추고 결재로 올리며, 다시 만드는 횟수에도 한도를 둡니다
보안 사고를 낸다격리가 실제로 되는지 시험한 뒤에만 코드를 실행하게 하고, 비밀값은 앱 안에 두지 않습니다
같은 실수를 해도 규칙으로 남지 않아 또 반복한다바로잡은 실수는 교정 기록으로 남기고, 되풀이되는 실수는 규칙으로 올려 다음 업무부터 막습니다

처음에는 역할을 나누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기획, 개발, 검토를 맡는 에이전트를 따로 두었지만, 같은 모델이 같은 맥락에서 서로의 결과에 동의해 버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에이전트를 늘린다고 결과가 더 믿을 만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AI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가"에서 "AI에게 맡긴 결과를 사람이 믿을 수 있는가"로 바꿨습니다.

회사처럼 만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며 조직이 일을 어떻게 나누고 결재로 책임을 정하는지 오래 봤고, PM으로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일을 맡기고 조율해 왔습니다. AI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경험이 대표나 PM이 팀에 일을 맡길 때와 같아야 누구나 바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계하며 내린 판단

불편을 그대로 기능 목록으로 옮기지 않고, 사람이 정할 일과 AI에게 맡길 일부터 나눴습니다

판단 1

사람이 결정할 지점을 미리 정했습니다

문제
행동마다 승인을 받게 하면 사람이 병목이 되고, 아무것도 묻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일까지 합니다. AI 코딩 도구는 위험한 명령 앞에서 승인을 기다리며 멈추는데, 자리를 비우면 일도 그대로 멈춥니다.
판단
행동마다 묻는 대신 경계를 한 번 정해 두었습니다. 격리된 작업 폴더 안의 일은 묻지 않고, 업무에 필요한 추가 권한은 계획을 승인할 때 함께 받습니다. 일하다 막히면 업무 하나에 결재 한 건으로 올리고, 같은 종류의 일을 두 번 허락하면 총괄비서가 회사 규칙으로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회사 밖으로 보내기, 공개, 배포, 비용, 계정, 되돌릴 수 없는 일은 언제나 결재를 거칩니다.
이유
사람이 모든 단계에 끼면 AI에게 맡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은 최종 권한이 필요한 지점에서만 결정하면 되고, 그때도 "어떻게 할까요?" 같은 막연한 질문 대신 선택지와 근거, 위험, 추천이 정리된 결재 문서를 받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쓰는 사람에게
자리를 비워도 일은 정해 둔 경계 안에서 계속 진행되고, 돌아와서는 결재함만 보면 됩니다.
판단 2

만들기 전에 완료 기준부터 확정했습니다

문제
AI는 일하다 엉뚱한 데 빠지거나, 요구사항을 빠뜨린 채 다 했다고 보고합니다. 일하는 도중에 기준이 바뀌면 무엇을 빠뜨렸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판단
계획 확인 단계에서 완료 기준을 확정해 결재를 받아야 만들기 시작합니다. 확정한 요구사항과 사람이 고른 화면 방향은 "1판"으로 남겨 개발과 검토, 검증에 똑같이 씁니다. 초안을 보다가 짚은 문제가 기준에 없던 것이면 몰래 고치지 않고 범위 변경 결재로 올립니다.
이유
범위가 흔들리는 프로젝트는 언제 끝났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의도가 결과물까지 그대로 전달되게 하는 것을 첫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쓰는 사람에게
처음 말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고, 기준을 바꿀 때는 바꾼 기록이 남습니다.
판단 3

글로 설명하기 전에 눈으로 고르게 했습니다

문제
말로 정한 요구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힙니다. 저도 집현을 만들다가, 승인한 화면 시안과 다르게 만들어진 결과를 받아 검수에서 여러 화면을 되돌려 보낸 적이 있습니다.
판단
만들기 전에 AI가 화면 시안 세 개를 만들고, 사람이 하나를 고르거나 여러 시안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 섞습니다. 초안이 나오면 화면을 직접 눌러 이상한 곳을 짚고, 필요하면 말로 덧붙입니다.
이유
요구사항을 잘못 이해한 것을 다 만든 뒤에야 알면 그만큼 고치는 비용이 커집니다. 그래서 확인 시점을 만든 뒤에서 만들기 전으로 당겼습니다.
쓰는 사람에게
요구사항 문서를 써 본 적이 없어도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전할 수 있습니다.
판단 4

"다 했다"는 말 대신 근거로 판정합니다

문제
같은 모델이 같은 맥락에서 자기 결과를 검토하면, 만들 때 한 실수를 그대로 놓칩니다. 기획, 개발, 검토 에이전트가 모두 동의해도 같은 잘못된 전제를 공유했다면 검증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판단
작업자에게는 결과를 확정할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검사를 직접 실행하고, 검사가 실패하면 모델이 통과라고 해도 통과로 보지 않습니다. 검증자는 새 대화에서 읽기 권한으로만 일하고 작성자의 대화를 보지 않으며 산출물도 고칠 수 없습니다. 이런 조건 여섯 가지를 모두 채워야 화면에 "독립 검증"으로 표시합니다. 모델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독립으로 치지 않습니다.
이유
신뢰도를 점수 하나로 보여 주면 사람은 그 점수를 또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점수 대신 누가 만들고 누가 확인했는지, 어떤 기준을 통과했고 무엇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지를 그대로 보여 주기로 했습니다.
쓰는 사람에게
결과마다 "왜 믿을 수 있나요?"를 누르면 판단 근거가 나오고, 아직 검증하지 못한 것도 따로 보입니다.
판단 5

코드를 실행하는 일은 격리를 확인한 뒤에만 AI에게 맡깁니다

문제
AI가 코드를 실행하면 이 PC의 파일과 계정, 비밀값에 닿을 수 있습니다. 샌드박스 설정이 맞아 보여도 실제로 막히는지는 시험해 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판단
실행 권한은 실행 커널 한 곳에만 두었습니다. 화면은 정해진 명령과 조회만 보내고, AI 작업자는 업무마다 새로 만든 작업 공간에서 후보만 만듭니다. 실제 실행 경로에서 비밀값 유출, 네트워크, 파일 쓰기가 막히는지 시험한 기록이 있어야 일을 보내고, 설정이 바뀌면 다시 확인할 때까지 보내지 않습니다.
이유
공개된 AI 에이전트 사고 보고를 직접 찾아 읽어 보니, 막아 둔 길은 그대로인데 이미 허용된 통로로 데이터가 새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자가 네트워크 권한을 요청하는 순간 작업을 끊고, 그런 통로까지 시험 항목에 넣었습니다.
쓰는 사람에게
샌드박스를 몰라도 됩니다. AI가 일하는 공간과 내 PC 사이의 경계는 집현이 확인하고 지킵니다.
판단 6

확인하지 못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여 줍니다

문제
AI는 모르는 값도 그럴듯하게 채우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합니다. 제공사가 사용 한도를 알려 주지 않는데도 한도 막대를 그려 두는 식입니다.
판단
제공사가 알려 주지 않은 값은 화면에 "알 수 없음"이라고 적습니다. 실제로 전송됐는지 확실하지 않은 모델 호출은 다시 보내지 않고 정산만 해서 구독 사용량이 두 번 빠지지 않게 했습니다. 같은 실패가 두 번 나오면 작업을 멈추고 결재를 올려 묻습니다. 실수가 생기면 교정 기록을 남기고, 되풀이되는 실수는 규칙으로 만들어 다음 작업부터 막습니다.
이유
그럴듯한 숫자를 보여 주는 것보다 "알 수 없음"이라고 적는 편이 판단에 더 도움이 됩니다. 실패를 기록만 해 두면 같은 실수가 또 나옵니다.
쓰는 사람에게
화면의 숫자와 상태를 믿고 결정할 수 있고, 쓸수록 같은 실수가 줄어듭니다.
사례

휴가 관리 시스템을 맡겨 본 과정

"직원들이 휴가를 신청하고 팀장이 승인하는 사내 시스템을 만들어 줘."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아홉 단계 가운데 사람이 손대는 곳은 계획 확인, 방향 고르기, 초안 확인 세 곳이고, 나머지는 AI 직원들이 진행합니다.

사람이 결정하는 단계

  1. 지시
  2. 회의
  3. 계획 확인
  4. 방향 고르기
  5. 만들기
  6. 초안 확인
  7. 재작업
  8. 제품화
  9. 이어서
계획 확인, 방향 고르기

시안 세 개 가운데 고르거나 섞습니다

완료 기준을 확정하면 그때 정한 요구사항이 1판이 되고, 이후 모든 작업과 검증은 이 1판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어서 AI가 화면 시안 세 개를 만듭니다. 승인할 일이 많은 팀에 맞춘 목록 중심, 서로 일정을 자주 보는 팀에 맞춘 달력 중심, 자리를 자주 비우는 직원이 쓰기 좋은 휴대폰 간편형입니다. 하나를 고를 수도 있고, 목록 중심에 다른 시안의 팀 달력과 큰 신청 버튼만 가져와 섞을 수도 있습니다. 고른 시안은 그대로 요구사항이 됩니다.

AI가 만든 화면 시안 세 개 가운데 방향을 고르는 화면
만들기

직원들이 맡은 일을 하고 기록을 남깁니다

보안 담당은 휴가 사유를 본인과 팀장만 볼 수 있는지 시험하고, AI 평가 담당은 화면을 직접 눌러 보며 완료 기준을 하나씩 확인합니다.

완료 기준 목록과 직원별 작업 기록 화면
초안 확인

확인하지 못한 것은 못 했다고 따로 적습니다

만든 것, 검증한 것, 아직 검증하지 못한 것을 나눠 보여 줍니다. 실제 이메일 발송처럼 밖으로 나가는 일은 대표가 확인한 뒤에 시험합니다. 미리보기는 격리되어 있어서 화면을 직접 눌러 보며 이상한 곳을 짚을 수 있습니다.

만든 것과 검증한 것, 아직 검증하지 못한 것을 나눠 보여 주는 초안 확인 화면
제품화

PC와 휴대폰에서 직접 확인합니다

최종본을 정하면 소개, 실행 방법, 사용법을 함께 묶어 이 PC의 폴더로 전달합니다. 쓰다가 새로 생긴 요청도 같은 제품에 이어서 맡기면 됩니다.

제품화한 휴가 관리 PC 화면휴대폰에서 휴가 관리 화면을 확인하는 장면
쓰는 사람에게

쓰는 사람에게 달라지는 것

  • 맡겨 두고 자리를 비울 수 있습니다

    업무는 뒤에서 돌아가는 실행 커널이 맡아 관리합니다. PC가 켜져 있는 동안 AI 직원들은 정해 둔 범위 안에서 계속 일하고, 사람이 판단해야 할 때만 메신저로 알리고 결재함에 올립니다.

  • 결과를 믿을지 근거를 보고 정합니다

    누가 만들고 누가 검증했는지, 어떤 기준을 통과했고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를 결과와 함께 보여 줍니다.

  • 원하는 것을 고르고 짚어서 전합니다

    요구사항 문서를 쓰지 않아도 시안을 고르고 초안 화면을 눌러 고칠 곳을 알려 주면 됩니다.

  • 위험한 일은 먼저 묻습니다

    회사 밖으로 보내기, 공개, 배포, 비용이 드는 일, 되돌릴 수 없는 일은 결재를 받아야만 진행합니다.

  • 쓸수록 같은 실수가 줄어듭니다

    한 번 바로잡은 실수는 규칙으로 남겨 다음 업무부터 막습니다.

  • AI를 잘 몰라도 쓸 수 있습니다

    결재함, 총괄비서, 채용 제안처럼 메뉴와 기능 이름이 회사에서 쓰는 말로 되어 있습니다. 쉬운 화면에서는 처음, 내 제품, 확인할 일, 대화 네 메뉴만으로 제품을 맡기고 받아 볼 수 있습니다.

  • 모델이 바뀌어도 쓰던 방식은 그대로입니다

    직원마다 Codex, Claude Code, 로컬 모델 가운데 쓸 AI를 고를 수 있고, 더 좋은 모델이 나오면 바꿔 끼우면 됩니다.

구조와 기술

실행 권한은 한 곳에만 둡니다

데스크톱 앱정해진 명령과 조회만 보냅니다
실행 커널실행 권한을 가진 유일한 곳입니다
격리된 AI 작업자후보만 만들고, 결과를 확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외부 연결읽기와 제한된 쓰기만 할 수 있습니다

Windows 설치 프로그램과 업데이트, 되돌리기 절차까지 만들었습니다.

  • Tauri 2
  • React
  • TypeScript
  • Rust 브리지
  • Python 실행 커널
  • SQLite
  • JSON Schema
  • Codex, Claude Code, 로컬 모델
  • bubblewrap, seccomp
  • MCP
  • Playwright
이 제품을 만든 방식

집현 자체도 AI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저는 제품 방향과 요구사항을 정하고 화면 시안을 검토했고, 단계마다 결재와 검수를 맡았습니다. 구현은 Claude 세션이 작업 지시서로 나눠 개발 에이전트들에게 맡겼고, 보안이나 권한과 관련된 변경은 Codex가 따로 검토했습니다. 완료 기준을 먼저 정하고 검사 결과로 판정하며 되풀이된 실수는 규칙으로 만든다는 원칙을, 개발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했습니다.